서울 25개구 중 전세 보증금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인가
같은 서울인데 전세 보증금이 3배 넘게 차이 난다면 믿어질까요. 서초구는 10억을 넘기고, 도봉구는 3억대에 머무릅니다. 그렇다면 서대문구와 은평구는 이 스펙트럼에서 어디쯤 서 있을까요.
2026년 6월
전세 보증금
같은 서울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 보증금의 지형도는 놀라울 만큼 고르지 않다. 서초구에서 전용 84제곱미터 아파트 한 채를 전세로 구하려면 평균 10억 8,586만원이 필요하지만, 도봉구에서는 3억 2,348만원이면 같은 면적대 전세 계약이 가능하다. 격차가 7억 6,238만원, 배율로 3.4배다. 보증금 하나만 놓고 보면, 서울의 25개 자치구는 사실상 서로 다른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거래는 7,891건으로, 전월(8,717건) 대비 9.5퍼센트 줄었다. 거래가 줄었음에도 평균 보증금은 6억 6,285만원으로 전월(6억 4,893만원)보다 2.1퍼센트 올랐다. 거래가 고가 단지 쪽으로 쏠리면서 보증금 평균이 끌려 올라간 양상이다. 특히 강남구의 평균 보증금이 전월 대비 17퍼센트 급등한 것이 서울 전체 평균을 밀어 올린 주요 원인으로 읽힌다.
헤럴드경제 보도(2026년 7월)에 따르면, 서울 전용 84제곱미터 기준 신규 전세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올해 1월 4,375만원에서 6월 8,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신규 계약 보증금은 7억원 선까지 올랐지만, 갱신 계약은 6억 2,000만원 수준에 머물면서 “신규로 나가면 보증금이 수천만원 뛰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 격차는 전세 매물 부족과 맞물려,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최대한 행사하며 자리를 지키는 ‘버티기’ 현상을 낳고 있다.
상위 5개구가 만든 보증금 벽, 하위 5개구의 반등 시도
1위 서초구(10억 8,586만원)는 전월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거래건수가 472건에서 570건으로 20.8퍼센트 늘었다. 보증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 것은 이 가격대를 감당할 수요가 두텁다는 뜻이다. 반면 2위 강남구는 전월 8억 4,535만원에서 9억 8,892만원으로 17퍼센트 급등했다. 대형 고가 단지의 전세 계약이 집중되면서 평균을 끌어올렸다. 3위 용산구(9억 540만원)는 오히려 전월(9억 4,783만원) 대비 4.5퍼센트 하락해, 고가 거래의 일시적 감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위권에서는 노원구(3억 4,084만원, +3.7퍼센트)와 중랑구(4억 4,186만원, +3.9퍼센트)가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중저가 전세 수요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이들 지역의 보증금이 소폭이나마 올라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반대로 도봉구(3억 2,348만원)는 전월 대비 4.1퍼센트 하락하며 25위를 유지했다.
주목할 곳은 종로구다. 평균 보증금이 전월 6억 5,338만원에서 7억 2,166만원으로 10.4퍼센트 뛰어올라,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건수 자체는 63건으로 적지만, 경희궁·광화문 인근 고가 단지에서 높은 보증금의 계약이 집중되면서 평균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대문구 — 14위, 6억 326만원의 중간 지대
서대문구의 전세 평균 보증금은 6억 326만원으로, 25개구 가운데 14위에 올랐다. 전월(6억 559만원) 대비 0.4퍼센트 소폭 하락했다. 거래건수 215건 가운데 갱신 계약이 107건(49.8퍼센트)으로, 신규(99건)와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서울 평균 갱신비율이 50퍼센트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서대문구는 신규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가장 거래가 많았던 단지는 DMC래미안e편한세상(14건)으로, 평균 보증금이 7억 9,039만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0.3퍼센트 올랐다. 최고 보증금도 10억 5,000만원으로, 전월(9억 4,000만원) 대비 1억 1,000만원이 뛰었다. DMC 권역의 대형 단지들이 서대문구 보증금 상단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DMC파크뷰자이1단지의 평균 보증금은 전월 9억 5,877만원에서 7억 7,664만원으로 19퍼센트 하락했는데, 대형 면적이 아닌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평균이 끌려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같은 DMC 안에서도 면적과 동 구성에 따라 보증금 편차가 크다.
은평구 — 갱신비율 61.9퍼센트가 말하는 것
은평구 전세 평균 보증금은 5억 276만원(18위)으로, 전월(5억 3,167만원) 대비 5.4퍼센트 하락했다. 25개구 중 하락 폭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거래건수가 370건으로 전월(369건)과 거의 같다는 것이다. 보증금은 내렸지만 거래는 줄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갱신 계약 비율에서 찾을 수 있다. 은평구의 갱신 계약 비율은 61.9퍼센트(229건)로, 서대문구(49.8퍼센트)보다 12포인트 이상 높다. 갱신 계약은 직전 보증금 기준 5퍼센트 상한이 적용되므로, 갱신 비율이 높을수록 평균 보증금은 시세보다 낮게 잡힌다. 앞서 언급한 헤럴드경제 보도처럼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진 상황에서, 은평구의 높은 갱신비율은 세입자들이 보증금 급등을 피해 갱신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는 신호다.
단지별로 보면, DMC센트럴자이(3단지)가 평균 8억 3,228만원으로 은평구 최고가를 기록했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은 23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평균 6억 5,827만원(+3.1퍼센트)을 기록했고, DMC롯데캐슬더퍼스트는 전월 대비 15.2퍼센트 하락한 6억 1,846만원이었다. 은평구 내에서도 DMC 브랜드 단지와 뉴타운 공공임대 단지 사이의 보증금 스펙트럼이 넓어, 구 평균만으로 이 지역의 전세 시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서대문구와 은평구, 같은 서북권이지만 다른 결
서대문구(14위)와 은평구(18위)는 모두 서울 서북권에 속하지만, 전세 시장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서대문구는 DMC·신촌 권역의 브랜드 단지들이 7억~10억원대 보증금을 형성하며 평균을 끌어올리고, 갱신비율은 49.8퍼센트로 신규 거래가 활발하다. 은평구는 갱신비율이 61.9퍼센트로 높아 기존 세입자의 ‘버티기’가 두드러지며, 뉴타운 공공분양 단지부터 DMC 브랜드 단지까지 보증금 편차가 넓다. 두 구의 보증금 격차 1억 50만원은 이런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증금의 지형도는 곧 서울의 계층 지도다
서울 25개구의 전세 보증금 순위는 매매 시세 서열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전세 시장에서는 갱신 계약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갱신비율이 높은 구는 시세 대비 낮은 보증금으로 계약이 유지되고, 갱신비율이 낮은 구는 시세가 곧바로 평균에 반영된다. 이번 달 강남구의 17퍼센트 급등이 그 예다.
서대문구와 은평구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서북권이면서도 갱신비율 차이(49.8퍼센트 대 61.9퍼센트)가 보증금 격차로 직결되는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은평구의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적극 행사하는 동안, 서대문구에서는 DMC·신촌 권역의 신규 계약이 보증금 평균을 밀어올리고 있다. 전세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면 구 평균 보증금뿐 아니라, 신규·갱신 비율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